철수네 소프트웨어 세상 [본점]

소프트웨어와 관련이 있다면 뭐든지 – I no longer work for Microsoft.

그리고 20년째

with 2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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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그냥 개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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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9월에 미국에 흘러들어왔습니다. 한국에서 외국인 회사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어느날 팀을 모아놓더니 팀이 없어지니까 미국으로 갈건지 아니면 그만둘건지 3일동안 결정하랍니다. 당시 기업 경기가 이직을 생각하기 싫은 때였죠.

…그렇게 흘러들어왔습니다. 누구는 가고 싶어도 못가는거라고 잘된거라고 하길래.

첫 2년은 정말 고생이었습니다. 돌아가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고생이었던 이유는 한가지, 다른 문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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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전자 상가에 삼성전자였던가 전시장 같은게 있었습니다. 그리고, 거기 컴퓨터 앞에 앉아있던 긴머리 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저죠. 그게 대학교 2학년때였는데, 누구에게나 있듯이 사정이 있었지만, 사실 사정같은건 개의치 않고 뭘 시키든 오로지 컴퓨터 앞에 앉아있고 싶었습니다. 무식해서 용감한 열정이랄까요. 그렇게 석호형을 만나서 채용됐죠. 삼성이 아니라 씨씨알이라는 회사에. 월급따위는 마냥 고맙기만하고, 먹여주고 컴퓨터주고 밤새 그 컴퓨터앞에 있을 공간을 주고. 그리곤 프로페셔널(이라고 쓰고 컴퓨터로 밥벌어먹기 시작한) 시절이 시작됐습니다. 그게 95년입니다. 휴학했지만 복학하고도 씨씨알을 그만둘때까지 학교에는 가끔 갔습니다. 그래도 이만한 복이 없었습니다.

전에도 알바를 했었죠, 씨디롬 타이틀로 잘나가던(?) 솔빛조선미디어에서. 아쉽게도 대단한 프로그래밍 알바같은게 아니고 타이틀 리소스 관련 반복잡일들이었지만, 영식이형 광식이형, 회사에 있는 리소스를 맘껏 쓸 수 있게 해줬습니다. 밤새 복사기 돌리면서 컴퓨터 책 복사하던 그녀석이 접니다. 지금 저쪽 책장에 그때 복사한 종이 뭉텅이가 아직도 있습니다. 영식이 형이 뒤에서 구경하고 있는 우릴보면서 “이게 넷스케이프야”라던게 기억납니다. 책만 복사해서 보던게 아닙니다. 밤새워 웹브라우징을 했습니다. 웹브라우징이라지만, 웹에 있는 리소스의 다수는 기술관련 문서였죠. 이만한 복이 없었습니다.

다시 씨씨알. 그 포트리스로 유명했던 씨씨알 맞습니다. 비록 포트리스 뜨기전에 다시 졸업을 위해서 상아탑으로 돌아가긴 했지만요. 하던 일은 “꿈을 목표로한” 곁가지 일들이었지만, 후회없이 열정을 쏟던 때입니다. 수완이 좋았던 석호형이 다양한 일을 가져다주면, 준회형 연욱이형 상채형 명곤씨 등등 우리는 뭔일이든 행복하게 컴퓨터 앞에 있으면 됐습니다. 모여서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열심히하고, 자다가 일어나면 컴퓨터에 앞에 앉는 일상이었습니다. 타이틀 만들고 웹사이트 만들고 운영도 관리도 해보고 본적없는 신기한 컴퓨터들 다뤄보고. 터미널에뮬레이터 만들고 웹브라우저 만들고. 기억하기로 국내 처음 MBC 동영상 스트리밍하면서 동접 모니터링하다가 죽으면 재시작하던 일이 기억납니다. 코드명 시카고와 그 구리고 구린 DirectX 1.0 베타 버젼을 쓰면서 좋아하던 때였습니다. 게다가 인터넷 라인도 관리를 했죠. 자그마치 T1라인을 거의 개인용도로 사용했었더랬죠 – 그걸로 뭘했는지는 비.밀.^^ 이만한 복이 없었습니다.

대학 졸업장이 중요하다는 모든이의 이야기를 완수하기 위해서 다시 돌아왔지만, 개인적으로 돌아간 일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치는 않습니다. 그 졸업장의 혜택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잠시 인생에서의 공백기랄까요. 그리곤 졸업후 병역특례로 넥스텔이라는 SI회사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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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벌써 IT업에 몸담은지 대충 20년째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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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에 60 다되신 멋쟁이 어르신이 있는데 여전히 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팀에서 긴머리를 한 제일 어린 친구가 22살인가 그런데 대학 졸업하고 한팀에서 같이 개발일을 합니다. 그렇게 대단히 큰 차이는 없습니다.

그들도 그냥 개발자입니다.

오늘은 이 두 사람 모습의 가운데에서 나를 발견합니다. 다른 인생의 길이를 가진, 혜택받은 긴머리 초년생과 회색머리 멋쟁이 어르신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그 일을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전의 나와 앞으로 20년후의 나일것 같이.

아이러니하게도 그 고생하면서 적응한 문화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지만, 유난히 센치한 오늘 마음에 그렇게 겹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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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금으로부터 20년후의 나는 여전히 개발자일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알 수 없는 미래, 남들이 뭐라건 그냥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Written by charlz

2015년 5월 28일 , 시간: 오전 1:13

Uncategorized에 게시됨

2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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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1명의 블로거가 좋아합니다.
    ‘그냥, 개발자’에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네요. 즐겨운 과거가 더욱 많이 쌓이실 겁니다. 화이팅입니다.

    아크몬드

    2015년 6월 4일 at 오전 7:31

  2. u0427u0442u043e u044f u0432u0435u0449u044c… u0414u0430, u0441u043eu043cu043du0438u0442u0435u043bu044cu043du044bu0439 u043au043eu043cu043fu043bu0438u043cu0435u043du0442. u041au0430u043a-u0442u043e u0441u0440u0430u0437u0443 u0432u0441u043fu043eu043cu0438u043du0430u0435u0442u0441u044f “u0411u0435u0441u043fu0440u0438u0434u0430u043du043du0438u0446u0430” u041eu0441u0442u0440u043eu0432u0441u043au043eu0433u043e. Come on http://tropaadet.dk/gisellemcmahon8436081815

    gisellemcmahon8436

    2016년 4월 8일 at 오전 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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