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네 소프트웨어 세상 [본점]

소프트웨어와 관련이 있다면 뭐든지 – I no longer work for Microsoft.

책이라는 호흡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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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전세계적으로 책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그것이 장기적이든 단기적이든)를 이미 몸으로 그리고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시간을 책을 읽는 것보다는 영화를 보고 웹서핑을 하고 게임을 하는 시간으로 보내니 말이다. 미디어 매체가 진화하고 있으니 사람들도 이에 맞춰서 바뀌고 있는 것이고 당연하다.

사람들은 책이라는 호흡에 익숙해져있다. 공부를 하거나, 어떤 이야기를 읽거나, 하나의 주제를 섭취하는 호흡 말이다. 50분 수업하고 10분 쉬는 것처럼, “책한권”이라는 단위에 익숙하다. 언제까지 이 책을 읽을 것이다라는 어떤 commitment(공약)의 단위이기도 하다. 적어도 정규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들어가기 전까지 최소한 12년 이상을 이 호흡에 맞춰서 몸에 익힌다. 두꺼운 책은 두권으로 나눠서 한편 이상으로 나누기도하고, 어떤 주제들은 책을 여러권 엮은 한 질로 구성된다. 아마도 들고 다닐 수 있는 분량이나 두꺼워도 최소한 넘겨서 볼 수 있는 만큼으로 제한을 한 그런 물리적인 한계에서 온 단위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이미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매체로 이런 물리적인 제약의 필요성 자체는 사라진지 오래다. 하이퍼 미디어는 단위를 굳이 책 분량으로 나눌 이유가 없다. 사람을 책에 맞추기 보다 글을 사람에 맞추는 것이 가능한 세상으로의 진화 요소는 갖춰진 것이다. 게다가 글이 아니라 여러가지 다른 미디어를 통해서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도 발전하고 있다.

지금의 책에 익숙한 세대라면 새로운 방식보다는 익숙한 책의 단위가 더 편할 것이고,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것보다 효율적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후의 세대에게는 새로운 미디어에 훨씬 익숙해져 있음에도 그것에 맞춘 방식이 아니라 구세대(?)적인 방식에 꿰맞춰서 교육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이에 맞춰 효율적인 방법으로 시스템이 변화해야되고, 적절한 단위를 만들어내는 수많은 연구와 실험이 필요하고, 또한 이를 위해서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찌보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변화일 것인데, 점차 책을 읽지 않는 현상 자체는 분명 탓할 대상이 아니라 생각한다. 우리 사회도 책의 호흡을 기준으로 헤쳐 모여있다. 때문에 이를 벗어나려는 움직임에는 저항이 뒤따르고, 변화는 더딜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교과서는 안가져오면 선생님한테 혼나기에 물리적인 책을 “구매”해야되는 사업 대상인 것이다. 책을 예로 들었지만, 잡지나 신문의 예도 마찬가지다.

상업적인 영역에서는 변화가 생각보다 빠르다. 기존 책을 단순히 그대로 전자 매체로 바꾸는 초기 단계이기는 하지만, 그 이북의 성장도 괄목할만 하다. 변화의 첫 단초이겠다.

책보다 작은 단위의 다양한 실험들이 이뤄지고 있다. 이미 십여년전부터 블로그라는 플랫폼을 통해 개인의 생각을 적는 단위를 만들었다 – 생각보다 블로그를 엮어서 책을 만드는 사례가 적은 것도 책이라는 호흡과는 다름을 내포한다고 생각한다. 근래에는 Medium, Svbtle 같이 이를 더 강화해보려는 실험도 있고, 모바일 영역에서 카카오페이지와 같이 책과는 다른 단위의 마켓을 실험하기도 했고, 교재들의 멀티미디어화 실험들, 글들의 다양한 매거진화 실험들, Kindle Singles와 같은 짧은 이야기를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실험등등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은 다 실험되고 있다. (아직 딱히 굳어진게 없어서 모두 실험으로 생각한다.)

MOOC도 굉장한 변화를 겪고 있다. 교재를 필요로하지 않는 강의들도 굉장히 많아졌고, 미디어의 길이도 한시간이 아니라 짧게 토막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MOOC이 아니라도 TED처럼 일부러 요점에 다가갈 수 있게 짧은 시간을 강제하는 형태가 되려 지식을 얻는 호흡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짧은 팟캐스트나 혹은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도 책의 호흡을 바꾸는 한 형태이겠다 – 책 한권을 읽어주는 시간은 꽤나 길다. 만화도 인터넷의 호흡으로 바꾸는 다양한 노력들이 생겨나고 있다. 만화책의 포맷으로 제공하던 것을 반대로 웹툰이라는 스크롤 형식으로 바꿔 제공하는 것도, 만화책이 아니라 연재 단위를 판매하는 것도, 모두 이런 호흡의 변화의 조류와 맞물리는 것일게다.

작년 노벨 문학상의 Alice Munro도 숏스토리로 인정받았다는 사실도 우연일까.

가장 중요한 섹터인 교육도 바뀌어야한다. 단순히 숙제를 온라인으로 올린다거나 교과서를 다운 받을 수 있다거나 인강을 한다거나 그런 도구와 매체 자체의 활용도 이뤄져야하고 이뤄지고 있는 부분이지만, 길게보고 시작해야되는 훨씬 근본적인 호흡의 변화에 대한 연구와 논의 이야기는 진행되고 있는걸까. 세상은 이미 변하고 있으니 이를 가리키는 손가락은 그만보고, 미디어 자체에 대한 그 손가락 논의를 빨리 벗어나서 달을 보는 진화를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정작 중요한 교육 자체의 변화를 대비하는 논의는 아직 들어본 바 없다(그렇다고 그런 논의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아직도 매체만 바꾼다고 책을 보는 시간이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시간으로 대체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문제겠다. 책으로 보던 것을 디바이스로 보는 것으로 바꾸는 것과 시간을 활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일테니 말이다. 이런 매체 자체에 대한 부분들은 반영이 더딜 필요가 없지 않나 싶지만, 반면에 교육 자체를 바뀐 포맷을 활용하도록 진화시키는(예컨데 시험을 보는 방식이라든가, 교과 과정을 책이 아닌 새 매체의 호흡에 맞게 적용한다든가) 논의는 어설프게 급조한 스마트 교육이라는 이상한 형태가 아닌 충분한 베이킹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모 대통령이 던진 사회성/인성같은 이야기는 프로그래밍을 배워야 된다는 커리큘럼에 대한 논의 이전에 사이버에틱스(cyberethics)과 같은 것을 배우는 것과 같은 논의로 풀어야될 역시나 다른 이야기지 않을까.

뭐, 신문이 없어질리가 없다는 이야기와는 다르지 않게, 책도 없어질리가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없어지냐 없어지지 않느냐는 지식 소비자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바뀌고 있느냐가 직접적으로 내가 어떻게 바뀌어야하느냐와 연결되어있기에 더 중요하지. 앞으로는 구세대적인 것이 되어버릴지도 모를 책의 호흡 단위지만, 지금은 의도적으로 그 변화를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시대를 사는데 중요한 요소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Written by charlz

2014년 2월 1일 , 시간: 오전 3:41

Uncategorized에 게시됨

One Respon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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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재밌게 읽고 갑니다.

    아크몬드

    2014년 2월 1일 at 오전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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