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네 소프트웨어 세상 [본점]

소프트웨어와 관련이 있다면 뭐든지 – I no longer work for Microsoft.

Archive for 4월 2013

그냥 개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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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발자다. 기억도 안나는 7살 이전부터 베이직 개발자였다. 그런데, 나는 코딩에는 소질이 별로 없다. 평생 프로그램을 짜왔는데, 평생 컴퓨터를 사용해서 문제 해결하는 능력만 키워왔는데, 이상하게도 코딩에는 소질이 없다. 코딩에 소질이 없는데도 지금 여기 이 소프트웨어 회사에 흘러들어와 코딩을 하고 앉아있다. 새벽 2시에.

왜 나는 코딩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는걸까.

하나. 십년도 더 차이나는 친구들이랑 경쟁하고 있으면서 드는 생각이, 아! 내가 저때에도 저만큼은 했는데…근데 지금도 그만큼하네. 젠장. 코딩실력이 늘었냐하면, 그건 그다지이다. 지식/경험 이런건 짬밥이 늘었을지는 몰라도, 코딩 DNA따위는 없다.

둘. 남들은 인문학하다고 오고, 물리학하다가 오고, 미술하다가 오고 그런데도 코딩 잘한다. 난 컴퓨터공학 전공하고 평생 코딩만했는데, 그렇게 엄청나게 차이나지 않는다. 남들보다 훨씬 빠른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단축키를 더 아는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레퍼런스를 덜 보는 것도 아니다.

셋. 남의 코드를 보는 능력이 늘었다고 지 코드가 훌륭해지는 것은 아니다. 완벽한 코드를 추구하는 개발자들이랑 있으면, 참…경쟁하고 싶지가 않다. 완벽보다는 실용이다. 역시 그런 생각에 코딩은 별로 늘지를 않는다. 그런 생각이 있는게 코딩에 소질이 없는게 아닐까.ㅋ

그런데, 왜 코딩을 하고 있냐하는 심오한 질문에는 답이 있다. 평생을 좋아서 하고 있으니까. 남들이 내 코딩 실력을 평가할 일도 별로 없거니와, 평가받아서 기분나쁜 상황은 없고 대신 더 잘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음에 더 신난다. 신나서 하기에 졸려 죽겠지만 새벽 2시에 내일 아그들이 빨리 처리하라고 코드리뷰 3개를 보내고 있다.

코딩 실력따위, 소질따위 알게 뭐냐. 잘난 수학 천재들 박사들 천지면 뭐 어때, 좋은 대학 성적 좋은 애들한테 둘러쌓여 가랑이 찢어지면 또 어떠냐. 나는 다른거 생각해본적이 없는 코딩 실력 맴도는 그저그런 후천적인 개발자다. 그래도 좋다. 뭐 코딩은 뭐라건 개발자로서는 서당개마냥 중간은 하니까 안짤리고 남아있는거 아니겠나.

괜히 애틋하게 사랑고백하고 싶은 밤이라 고백해본다.

– 2013/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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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charlz

2013년 4월 26일 at 오전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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