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네 소프트웨어 세상 [본점]

소프트웨어와 관련이 있다면 뭐든지 – I no longer work for Microsoft.

야근의 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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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제니퍼소프트 이야기들을 읽는다. 여러가지 다양한 (신기한) 복지들을 보면서 이들은 이 회사의 고유한 것들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7시간 근무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적인(?) 부러움(?)이랄까…이 부분은 제니퍼소프트만이 가능한 것이 아니란 생각을 했다.

7시간은 커녕 8시간도 모자라 야근하는 환경. 마치 서울의 야경이 우리나라의 야근환경의 오마주처럼 회자되는 농담을 하는 것을 보면서, 씁쓸한 생각에 그 원인이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본다. 야근은 끝내야할 업무를 끝내지 못하고 시간 외로 일을 하는 것이겠지. 물론, 야근 수당때문에 남는 사람도 있고, 고과를 위해 마지못해 남는 사람도 있고, 상사가 퇴근하지 않아서 퇴근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겠지만, 이는 개발자들이 야근을 많아하는 것으로 생기는 불만과 조금 거리가 멀 것이라 생각된다.

지속적인 야근이란 잘못된 업무 대비 시간 estimate(추정?산정?) 방식의 답습에서 오는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내가 근무하는 이곳에도 야근은 당연히 있지만, 지속적인 어떤 일상이라기 보다는 자신의 잘못된 estimate으로 인한 페널티로 다음에는 제대로 할 수 있는 배움이기도 하고, 혹은 자신이 선택해서 하는 야근이 대부분이다.

대개의 estimate은 다음과 같이 이뤄지지 않을까:

  1. “언제까지 이거이거해 해” – 기간이 주어지고 업무가 주어진다. 선택이 없다.
  2. “이거이거 언제까지 할 수 있나” – 업무가 주어지고 기간을 정한다.
  3. “이때이때까지 얼만큼 할 수 있나” – 기간이 주어지고 업무를 조율한다.

야근개발자의 뿌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1이 계속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2와 3을 키우기 많이 힘든 것 같다. 애초에 감각이 있어서 이를 빨리 캐치할 수 있다면야 모를까, 그 능력을 키우기위한 환경이 아니기에 빨리 습득할 수 있을리가 없다. 아쉽게도 1이 많고 2와 3의 능력을 기르지 못하는 한에는 야근은 반복되기 쉽다. 시간내에 할 수 있는 능력치를 자신도 모르고, 우격다짐으로 늦게까지 – 혹은 밤새 – 일하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희생되는 것은 개발자 개인 뿐만아니라 제품의 품질이다. 다시말해 기간과 업무를 제어할 수 없다면 남은 것은 품질과 개인의 희생이라는 것이다.

1의 상황이라도 2와 3을 최소한 생각하고 그걸 바탕으로 소위 영어로 “Commitment”(해당 기간내에 해당하는 만큼을 하겠다는 공언 혹은 개인의 다짐)를 하는 연습을 해야된다. 지키면, 다음에는 그만큼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고, 못지키면 다음에는 그만큼을 할 능력을 키우거나 그것보다 덜 할당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틀려도 발전하면 된다는 것이겠다.

쥬니어 개발자들이 – 혹은 시니어 조차도 – 흔히 estimate을 요할때에 “변수가 많아서”라는 말로 산정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말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업무 커뮤니케이션이 무한대의 시간을 가정하는 프로젝트는 없다. 게다가 솔직히 책임회피용으로 쓰는 변명일때도 많다. 어떤 일정 기간이 정해져있지만, 나는 거기에 Commitment를 한게 아니고, 누군가 정한 것에 따랐을 뿐이다라고. 현실적인 estimate을 제시하지 않으면 다시 1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그리하여 또다시 담배피러 모여서 토로하는 토픽에 포함될 수 밖에 없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알고 그에 맞게 일을 하고 다음에는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것이 잘못된 것일리가 없다. 계속 1만 반복하면, 일에대한 애착도 줄어들고 자신의 능력을 측정하기 힘들어지고 또 그만큼 무리하게 일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자신이 estimate을 제시할 상황이 되면, 두리뭉실한 측정치를 가지고 다시 1로 돌아가게된다. 업무량과 시간이 변수가 아닌 상황에서는 과학적으로 이들의 상관관계를 밝힐 수 없지 않나.

2와 3의 장점은 자기 발전과도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측정이라는 것은 그 데이타를 통해서 다음 방향을 정하기 위한 것이다. 내 시간관리와도 맞물릴 수 있고, 내 능력의 한계를 더 늘리기 위해서 그 한계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서는) 무엇보다도 장기적으로 야근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단초가 된다는 의미가 이 글에서는 가장 크겠다.^^

1을 통해 비슷한 일을 반복적으로 오래하는 것으로 시니어(선임)가 되면 보통은 그 일에대해 리듬을 알고 공수를 찍어내듯이 습관처럼 추정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런데, 이런 식이라면 그 능력이 다른 곳에는 잘 적용이 안된다. 사실은 그런 능력이 생긴 것이 아니라 그 특정 일을 잘 알게 되는 것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야근하던 방식이었다면 그것이 그대로 유지가 된다. 그 일만 기차게 잘하고 그 일만 할 것이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겠다. 하지만, 후임은 또 야근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꼭 연습해야하지 않을까.

그런 것이다. 이런건 장기적으로 천천히 구울수 밖에 없는 문화(culture)이다. 나만 바뀌어서는 좀처럼 바꾸기 힘든 문화. 협조을 못얻고 나혼자 튀는 일은 득보다는 실이 되는 문화에서 이렇게 변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환경이 그렇다고 (후임이 커가는) 다음 세대에서는 그게 바뀌지 말아야된다는 법은 없다. 나는 야근하지만, 나중에 내가 어떤 팀을 리드하게 되면 우리팀은 야근하지 않도록 그 고리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면, 생각해봐야될 일이지 않을까. 지금 환경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보다 그 다음을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근무시간을 채우기 위한 야근이라면 이런 이야기와는 상관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잘못 산정되는 업무강도로 인한 야근이라면 문화를 조금씩 바꾸는 것으로 좀 더 나은 미래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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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charlz

2013년 1월 11일 , 시간: 오후 4:15

Uncategorized에 게시됨

6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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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의 현실과는 괴리가 크네요. 실제 조직 운영에 있어서 윗분들이 HR 할당에 있어서 야근 시간을 근거 자료로 많이 활용합니다. HR이라는게 언제나 한정적이라 모든 팀이 인력 충원을 요청하는 환경에서, 임의의 팀원들의 야근 시간이 적으면 그 팀은 일이 널럴하다고 생각해서 팀원 감축이 이뤄집니다. 그래서 야근 시간 조절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애독자

    2013년 1월 12일 at 오후 12:22

    • 네 슬프게도 공감합니다. 말씀하신대로 애독자님 상황은 위에 적은 내용과는 거리가 멀고, 고과같은 것이 걸리면 다른 문제이기에 해당될 수 없겠죠. 보통 개발자의 야근이라기보다는 아마도 개발자 이외의 다른 모든 부서가 그런 식이겠죠? ㅠ,.ㅠ;; 어디서부터 칼을 댈 수 있는지, 개선이 가능한 것인지조차 참…힘내십시요.

      charlz

      2013년 1월 12일 at 오후 1:14

  2. […] 옳은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왜 우리는 칼퇴가 안 되는 걸까? “철수네 소프트웨어 세상[본점]; 야근의 고리“와 같이 생각하시는 분도 있다. 하지만, 정말 정확한 업무량 예측을 […]

    •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제가 적은 글과 이해하신 내용 사이의 거리를 약간 좁혀보면 이렇습니다: 일단 “정확한” 업무량의 예측은 불가능한 사실입니다(그걸 보완하기 위해서 빠르게 잘못된 예측을 수정하면서 나아가는 방법론들이 등장하고 각광받는 것이겠죠). 그런 이유로 정확한 업무량 예측이라기보다는 터무니없는 예측을 막는 것에 더 목적이있다 생각됩니다. 업무량에는 당연히 유도리가 있을 수 있지만, 항상 야근하는 업무량은 분명 유도리가 아닌 유도리에서 벗어난 estimate에서 오는 것일겁니다.

      야근을 많이 하는 직원은 일을 더 많이하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단순히 우리나라에서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야근을 많이 하는 것은 (그 시간에 정말 일을 한다면) 분명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선택이 아니고 선택이 불가한 상황이라면, 그것이 잘못된 부분일겁니다. 그리고 이 잘못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개인들이 할 수 있는 역량을 제대로 측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거기서부터 야근 순환의 고리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관점의 전환이지만, “다들 이정도 기간에 이정도 해왔으니까, 너도 그렇게 해.”라는 개인을 평준화하는 estimate을 “이 사람 정도면 이정도 기간에 얼만큼 할 수 있냐”라는 estimate으로 바꿔야 다음에는 그 사람이 얼마나 더 노력해서 얼마나 더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더 개선할 수 있는지를 알고 커갈 수 있다는 겁니다.

      현실에서는 누가 뛰어난 인재인지를 파악하기 힘들다고 하셨는데, 야근이 당연한 현실 자체를 생각하면 100% 공감합니다. 주어진 시간동안 이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차이가 있을것이지만, (기간과 업무가 고정된) 야근 환경에서는 이를 측정할 방법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두 동일하게 주어진 기간 – 그것도 제대로 추정하지 않은 기간 – 안에 하느냐 아니면 못하느냐로 갈리기 때문에, 개인의 능력을 상대평가 할 방법 자체가 없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네, 적으신 내용에 공감합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사람의 능력은 기간과 업무를 정해놓으면 그 우물안에서 치열해지는 것 외에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말씀하신대로 모두가 고만고만해보이고 비슷비슷해보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다시 야근의 고리가 끊어지지 못하는 것이죠.

      개인적으로 time2start님이 지금 상황은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계속 성장하시면서 버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격도 없지만 감히 해봅니다. 아주 조금씩 100년에 한가지씩 바꾸더라도 현실에는 일단 순응을 해야하니 화이팅입니다.^^

      charlz

      2013년 1월 12일 at 오후 1:54

  3. “정확한 업무량 예측이라기보다는 터무니없는 예측을 막는 것에 더 목적이있다 생각됩니다.” 이 부분을 항상 잊지 않는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time2start

    2013년 1월 14일 at 오전 6:09

  4. […] 원문 : 철수네 소프트웨어 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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