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네 소프트웨어 세상 [본점]

소프트웨어와 관련이 있다면 뭐든지 – I no longer work for Microsoft.

철수네 소프트웨어 세상 10주년

with 9 comments

투박한 포스트 제목처럼  그러고보니 10주년을 아무생각없이 지나쳐버렸다. 오프라인 생활이 좀 안정되는가하면 온라인 생활은 줄어든다. 온라인 생활이 늘어나면 오프라인이 따분하다는 역설인걸까. 몇년 되었냐와는 상관없이 언제나 5월은 포스팅을 하지 않아도 블로그에 대한 생각을 하게되는 상징적인 달인데, 올해는 좀 늦어졌다. 또한번 추억하며 웨이백 머쉰을 타고 감상에 젖어있다. 블로그로 만난 수많은 분들, 경찰서에까지 간 사건 사고들, 그리고 IT세상의 흐름을 지켜볼 수 있던 행운. 모두가 여기에 고스란히 묻어있다. 엔딩 크레딧처럼 만들어도 아마 한참을 스크롤해야되지 않을까.

내 첫 포스트는 인터넷 아카이브에 아름답게 저장되어있다. 물론 별 내용은 없으니까, 그 의미는 나 자신한테만 있겠지만, 아마도 영원히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http://web.archive.org/web/20030304075831/http://beconfident.cjb.net/archives/000001.html

블로그를 통해서 하고자 했던 것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적고 누군가 읽고 영향을 받으면 그걸로 만족한다. 그냥 내가 생각하는 것들 그게 맞든 틀리든 끄적이고, 그런 내용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그걸로 된거다. 그걸로 대화를 하고 지인을 얻고 내 머리가 깰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 이상의 행운인거다. 그리고 그 이상의 행운이 10년내내 따랐다. 고마운 곳이다.

참 꾸준히 쓰기도 했다. 성격인걸까. 닫을 생각은 한번도 한 적이 없다. 옆에서 지긋지긋하게 책쓰는 사람들 많이 봤고 기회도 많고 기사들도 써보고 했지만, 블로그에 적는 내용만큼 솔직하고 나다운게 없었다. 그래서 블로그가 썰렁한 이유도 있겠지만. 글을 잘써야되는 압박도 없고, 많이 팔려야된다는 생각도 없고, 마케팅을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생각나는걸 적으면 되고 정리하면 된다. 적다가 맘에 안들면 그냥 Draft로 두면 된다. 쓰다만 허접한 글이 쌓인다고 누가 뭐라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글을 적고 포스팅을 하고나면 적지못한 아쉬운 것들이 마구 생각나기 시작한다. 거기서 또 공상은 시작된다. 생각을 하게 되고, 내 의견을 형성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일이 아니기 때문에 글에 틀도 없고, 적다보면 Serendipity의 공간이다.

글도 누구처럼 30분 뚝딱 쓰는것도 아니다. 며칠에 걸쳐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고치고 또 고친다. 적고보니 이게 아니네. 다시 생각해보니까 틀린 생각이었네. 한시간 글을 적고 보니 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네. 이러는 경우가 허다하다. 처음에는 트위터와 같이 링크에 대한 작은 생각들을 공유하다가 지금의 습관으로 바뀐 것이다. 링크 퍼다가 번역하고 남의 원문을 전달하고 소식을 전달하는 블로그라면, 나 자신한테 얼마나 도움이 될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건 페북이나 트위터로 하고, 핀보드나 핀터레스트로 하고, 생각을 정리하고 적을때는 블로그를 사용했다.

아무튼 그리하여 10년이 지났다. 긴 시간이지만, 10이라는 숫자 자체에 큰 감흥은 없다. 언제고 계속 적을 것이고, 아마도 20주년에는 이 글에 링크를 걸면서 또 똑같이 글을 적을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쌓인 소중한 모든 것들에는 다시 감사한다. 이렇게 오랜 인연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너무 센치하기 않게 짧게 이만.^^

Written by charlz

2012년 6월 19일 , 시간: 오후 11:45

Uncategorized에 게시됨

9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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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애독자입니다^ 축하드려욤

    황치규

    2012년 6월 19일 at 오후 11:59

    • 감사합니다, 맛있는 소통 기대하겠습니다.^^

      charlz

      2012년 6월 22일 at 오후 8:15

  2. 애독자입니다. 저도 몇 년째 보고 있는지… 몇년 뒤에도 읽을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네요.

    아크몬드

    2012년 6월 20일 at 오전 6:31

    • 썰렁한 곳에 꾸준히 댓글 달아주시는 아크몬드님, 감사해요~^^

      charlz

      2012년 6월 22일 at 오후 8:15

  3. 애독자입니다. 축하합니다🙂

    한상희

    2012년 6월 20일 at 오후 9:04

    • 애독자님 감사합니다.ㅋㅋㅋㅋㅋ

      charlz

      2012년 6월 22일 at 오후 8:16

  4. 우연히 블로그에 들어왔습니다.
    10년이라는 시간동안 꾸준히 블로그를 유지하시다니 대단합니다.
    전 이제 블로그를 한 번 시작해볼까 생각중인데, 이 글을 보면서 좋은 자극을 받게 되었습니다.
    또 다시 10년 후에 20주년을 기념하는 글을 볼 수 있게되길 기원합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

    kalkin7

    2012년 6월 29일 at 오전 3:57

  5. […] 올라온 글 중 괜찮은 글을 모아서 보여주는 기능이 있는데, 그 글들 중에 철수네 소프트웨어 세상 10주년이 라는 글이 있었다. 제목에 호기심이 생겨서 읽어보게 되었는데, […]

  6. 10년 동안 운영하셨다니 많은 자극이 되네요^^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부탁합니다~

    박종욱

    2012년 7월 19일 at 오후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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