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네 소프트웨어 세상 [본점]

소프트웨어와 관련이 있다면 뭐든지 – I no longer work for Microsoft.

그리고 또 한해.

with 5 comments

또 한마디 적을 때가 된 것 같다. 지난주에 드디어 2년을 찍었기 때문이지. 다시 한번 뒤돌아보는 그날이라고 해야하나.하루를 뒤돌아보고 한주를 뒤돌아보지만, 한해를 쭈욱 뒤돌아보는 때는 이때 뿐이다. 여전히 앞을 보고 달리고 있고 주변을 볼 여유는 아직이다. 그리고 여전히 하루하루 감사하며 86400초 중에서 잠에 들지 않은 시간을 하나하나 세가면서 나이와는 거슬러 거꾸로 가지 않고 있지 않나 조심조심 더해가고 있다. 꽉꽉 찬 2년.

작년의 글을 뒤돌아본다. 그런 글을 적고는 얼마 있지 않아 다시 소속된 랩(Live Labs)이 잘나가던 것에 반해 문을 닫고 Bing으로의 인력 흡수가 일어나게 되어버렸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은 여전히 적용된다. 보통 같았다면 지금 있는 팀으로 올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 말 그대로 챌린지는 훨씬 더 큰 것이었다. ‘이곳에 적응’이라는 자신의 사명에 반하는 상황이고 일도 잘하고 적응도 잘하고 원하는 것도 찾고…차근차근 이뤄나가기에는 상황이 급물살을 타고 있었다. ‘적응’을 위해서는 변화가 적은 것이 좋지 않나.

회사에서 매니저는 나에게 Confidence를 지적한다. 잘하고 있는데 내가 그에 대한 의심이 있다는 것을 보인다고한걸까. 둔한 사람이 아니라면 재도약하고 싶은데 발판이 계속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마냥 자신감으로 무장되어있을리는 없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어렸을 적 좋아하던 “용소야”라는 만화책을 보면 고수의 팔(인가?)에서 새가 날아가지 않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데, 알고보니 새가 날아가기 위해 도약하는 시점에 맞춰서 팔을 내려서 도약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이런게 아닐까. 하지만,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 한다. 단순히 매니저라서 하는 이야기라면 애초에 꺼내지 않았을테니 뭔가 변한건 있는 것일테지.

여전히 나는 뭔가에 대한 욕심보다는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 여정의 한가운데이다. 위기지학(爲己之學)이랄까. 애초에 위기지학적 성격이기는 했고, 남들이 뭐라건 내 위치가 어디건 다른 사람들보다는 내게는 적은 스트레스였던 것 같긴 하다. 우리나라에서 만원 지하철에서 졸고 휴가한번 안쓰고 일에 매진하고 다른 것에 눈길을 돌리는게 쉽지 않았을 때에도 그 삶 자체에는 별로 불만은 없었다. 학원도 가고 밴드도 나가고 글도 적고 짬짬이 내 철학대로 살고 있었으니까. 이제는 그런 삶 자체를 실천하려고. 짬짬이가 아니라 생활 자체가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사람만나는 것도 좋고, 이웃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도 좋고, 운동하는 것도 좋고, 일하는 것도 좋고, 혼자 공상하는 것도 좋고, 싫어하는 것만이 뚜렷한 인간에서 조금씩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되어가는 한해. 뒷마당에 나가서 꽃 한송이 심고 물주면서 한잎한잎 들여다보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 죽어가면 안타까워하고, 열심히 키워 또 꽃 한송이 피고 열매 하나 맺히면 뭔가 이룬 기분에 으쓱하기도 하고. 이게 사는 것이 아닐까. 매주 매달 볼때마다 커가는 아이들, 내 아이들은 아니라도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에, 그들이 커가는 것에 나를 잊고 같이 즐거워 할 수 있는 그런 기분, 이게 사는 것이 아닐까.

겨우 1년이지만, 내 삶은 더 감사할 수 있게 바뀌었다. 연인이라면 날짜를 세었겠지만, 난 이 동네 아직 사귀자할 정도로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 지긋지긋한 날씨. 살기 좋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구름으로 어두운 날씨를 너무나 싫어하는 이유이지만, 그렇다고 공감하는 사람이 적은 것도 아니기에 내가 특이한 것은 아니다. 날씨때문에 돌아가고 싶을때도 많다. 한국에 가면 지금보다 좋은 조건으로 좋은 위치에서 더 나은 커리어를 보낼 가능성이 크지만, 적어도 몇년은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것 다 버려도 좋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사랑에 빠진 것은 내 삶 자체인 것 같다.

해보고 싶었던 것들 리스트에서 하나하나 지워가고 있고, 게스트룸에 짐을 차려놓고 스트레칭에 여념이 없고, 그렇게 싫어하던 운전도 재미를 느끼고 있고, 나무를 가르치는 방법도 조금씩 배우고 있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훌쩍 떠나 자연을 즐기기도 하고 있고, 한동안 즐기지 못하던 음악도 즐기고 있고, 일도 이대로 하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듣고 있고, 읽고 싶은 것도 열심히 읽고 있다. 심심할 틈은 없다.

그렇게 바뀐 1년이다. 마음에 작은 한부분 여유라고 불러도 괜찮을지도 모를 부분이 생겼다. 한국에 남아 어렵게 살고 계신 가족들도 있고, 꼭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지만, 곧 한국에 휴가를 간다 2년만에.

Written by charlz

2011년 8월 21일 , 시간: 오후 1:55

Uncategorized에 게시됨

5개의 답글

Subscribe to comments with RSS.

  1. 철수의 생각…

    그리고 또 한해. 조금씩….

    charlz' me2day

    2011년 8월 21일 at 오후 3:03

  2. 즐거운 휴가가 기다리고 계시군요~!!

    아크몬드

    2011년 8월 21일 at 오후 6:33

  3. 벌써 2년이 되었군요. 모든 것이 잘 풀려나가고 삶을 즐기는 모습이 글에 묻어나네요. 한국 여행길에 가족, 친지,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고 오시길.

    gatorlog

    2011년 8월 22일 at 오전 5:17

  4. 멋지다, 벌써 2년이라니.
    외국에서 오랫동안 박사과정을 밟거나, 또 철수처럼 일하는 친구들을 보면
    나는 타지에서 얼마나 잘 일상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 스스로 의문이 들어, 대단해 보이고.

    한국 조만간 오는 거 같은데,
    오면 꼭 얼굴 보여줘. 2년 만에 만날 수 있게 되겠구나!

    환상_HanSang

    2011년 8월 22일 at 오후 3:10

  5. 연락해~

    주네

    2011년 9월 8일 at 오전 9:56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