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네 소프트웨어 세상 [본점]

소프트웨어와 관련이 있다면 뭐든지 – I no longer work for Microsoft.

또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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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 아무생각없이 온지 정확히 1년. 그리고는 그 때에 우연히 맞춰서 새 자리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수적인 – 변하는 것에 대해 보수적인 – 면이 있는 것에 비하면 참으로 변화가 많은 하루하루입니다. 직접 겪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타국생활을 하는 초기에는 참 힘든 생활을 하게됩니다. 가장 큰 부분이 문화적인 것이겠죠. 사람들과 부대끼다보면 익숙하지 않은 다른 부분들때문에 스트레스도 많고, 서로간의 이해도 쉽지가 않습니다. 일을 잘하고 싶어도 일을 잘한다는 의미까지도 달라집니다. 이를 쉽게 캐치해서 자신을 적응시켜나갈 수 있다면 짧은 기간에도 얼마든지 가능한 분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우울증도 걸리고 심지어는 모든걸 버리고 다시 고국으로 돌아가게되는 상황도 오는 것이죠.

저는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사실 올때 커다란 포부가 있지도 않았습니다. 돈을 많이 벌겠다, 높은 사람이 되겠다,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겠다. 그런 생각보다는, 여기서 내가 찾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그걸 얻기 위해서 내가 지금 해야할 것이 무엇인가를 머릿속게 담고 있었죠. 계획보다 한참 일찍 갑자기 만들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멀리 바라볼 여유도 없었습니다. 멀리있는 목표가 있었다면 더 멀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고 되려 마이너스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눈앞의 삶들을 바라보고 살다보니까 그만큼 큰 좌절을 겪을 일이 적었던 것이죠. 그냥 내 인생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고 할까요. (Life’s a journey not a destination이라고 소리치는 aerosmith의 노래를 참 좋아합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어쩔 수 없이 오게된 상황이라고 이야기해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세계의 경제가 하향곡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다국적기업에서 그것도 개발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면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서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게됩니다. 개발 부서라는 곳은 어려울때는 집중(centralize)을 하게되고, 비용절약을 생각해서 싼 곳으로 외주를 많이 주게되고 반대로 비싼 곳을 되도록 한데 모으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싼 곳이라고 하면 간단히 “인도”, “중국”등이겠죠. 개발조직이니 굳이 시장크기를 변수에 넣지 않아도 결과는 비슷합니다.

그렇게해서 왔더니 이번에는 국제화 작업을 하는 조직의 역할을 제품부서로 이관을 하는 과정을 또 거치게 됩니다. 제품 개발하는 사람들이 국제화라는 임무도 같이 맡게 되니까, 굳이 국제화를 위한 조직이 클 필요가 없는 것이죠. 이는 비난할 필요는 없는 장/단점이 있는 조직의 변화이지만, 개인에게 있어서는 큰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겠죠. 제가 다니는 회사가 조직이 자주 변하는 회사 중에서도 전세계적으로 손꼽는 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말이죠. 회사가 어려워서가 아니고 경제가 어려워서 회사가 이를 대비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도 개인에게는 쉽지 않습니다. 능력이 좋은 사람들도 줄 잘못서면 피해갈 수 없는것이기도 하지만요.

국제화 관련일은 정말 재미있고 폭넓고 굉장히 다양성을 존중하는 업무입니다. 개인적으로 누가 물어본다면 꼭 한번 해보라고 권하고 싶은 일이지만, 좋은 일이라도 외적인 스트레스가 많다면 뭔가 생각해볼 일이겠죠. 내가 노력해볼 수 있는 챌린지라면 상관없지만, 의지와는 상관없는 위험을 안고 있다면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닐겁니다. 다른 회사나 다른 조직의 국제화 부서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이 조직에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조직에는 정치적인 이슈가 많음에도 힘있는 리더쉽이 부족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쨌거나 근 1년새에 조직내의 제가 속한 7명의 팀을 필두로 조직이 쪼그라들게 된 것이죠. 다른 팀들은 여전히 남을 자리가 있지만, 우리팀으로써는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 되어버렸습니다.

물론, 와서도 물론 가족들도 보고 싶고, 한국의 친구들과 자주 연락도 하고 싶고, 지인들과도 술한잔 생각이 간절할때도 많았고, 아름다운 분들이 넘치는 동네가 그리웠고, 사람들이 그리웠습니다. 1년짜리 초짜에게 있어서 무너지지 않기 위한 방법은 참는 것이었겠죠. 그래봐야 일이년, 좀 여유가 생기고 나서 걱정하고 싶었던 것들이죠. 당장이라도 한국에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사서 휴가내고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적이 어디 한두번이었겠습니까.ㅋㅋㅋ

아무튼 상황은 시간이 지나고, 너무나 쉽게 (미시적으로) “위기는 곧 기회”라는 경험을 하게되었습니다. 이 기회에 내가 하고 싶었던 곳에 이력서를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죠. 다른 팀의 국제화 관련 부서에 이력서를 넣었다면 좀 더 수월할 수 있는 점을 마다하고 좀 더 기술을 다루고 덜 정치적인 곳으로 옮길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고 모든게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도 끝을 못보고(시작도 못하고) 고국으로 돌아가야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뒤에 두고 계속 면접을 보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곳에 온지 1년밖에 안된 신참을 뭘보고 고용을 했는지는 모를일이겠습니다만, 덜컥 오퍼를 받게 된 상황이 운좋게 왔습니다.

평생을 번 조그만 푼돈도 날리고, 직장도 날리고, 영주권도 못받고, 고국으로 쫓겨오게되는 상황을 생각하면 위기는 위기였습니다. 시기적으로 자리가 나면 경쟁이 심한 상황이기도 하고, 인터뷰는 전보다 더 엄격해졌나봅니다. 경제가 어려우면 고급인력들이 남아돈다는 이야기도 맞는 것 같구요.

벌써 건방지게 며칠전의 그 위기를 과거로 치부하는 것이 우습지만, 지금은 기회가 잘 진행된 것을 즐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으신 분들의 어려움은 공감하고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다들 잘 되리라 다짐을 하고 오신 분들이니 잘 넘어가리라 생각합니다.

사내 메신저에 1년동안 Away 상태였습니다. “좀 자리잡고 여유가 생기면 Available로 바꿀꺼야”라고 이야기했죠. 아직 여유가 생겼다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는데 좀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어 오늘 처음으로 Available로 상태를 바꿨습니다. 정말 1년만입니다. 뭔가 뚫린 기분이 들더군요. 정말 또하나의 긴 1년이었습니다. (그리고 6년간의 국제화 관련 업무를 뒤로합니다.)

물론 앞으로 더 큰 장애물들이 기다리고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그 장애물과 맞부딪힐때 어떤 자세로 들이대고 싶냐고 하면,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오늘도 저는 새로운 시작을 합니다. 팀을 옮겼다는 의미가 아니고, 또다시 새로운 시작에 임하는 자세로 매일을 살아가고자 하는 계속된 다짐입니다. 계속해서 다짐은 쳇바퀴처럼 반복되지만, 반복되면서도 작으나마 한발자국 혹은 반발자국 앞으로 간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은 복된 일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사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는 것이기도 하겠지요.

개발에 혹은 다른 일이라도 온몸을 던져 하시는 모든 분들 화이팅입니다.

Written by charlz

2010년 8월 14일 , 시간: 오전 7:31

Uncategorized에 게시됨

10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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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철수의 생각…

    또 새로운 시작. 진지하고 너무 진지하지 않게 살아보자고….

    charlz' me2DAY

    2010년 8월 14일 at 오전 7:34

  2. 벌써 일년이 지났군요. 참 빠르네요. 큰 변화가 있는 것 같은데 계속 건승하시기를 바랍니다.

    신현석

    2010년 8월 14일 at 오후 1:16

  3. 새 일에 즐거움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아크몬드

    2010년 8월 14일 at 오후 2:59

  4. 앗, 옮기시는군요.

    외지에서 고생하셨습니다. 더 멋지고, 즐겁고, 풍요로운 새 회사 생활 되시길🙂

    프리버즈

    2010년 8월 14일 at 오후 8:02

  5.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시는군요. 항상 건승을 기원합니다!

    likejazz

    2010년 8월 15일 at 오전 1:30

  6. 멋있다, 너는 이런 부분에서 참 큰 사람인 거 같고, 이럴 때 정말 인생의 선배처럼 보인다… 앞으로의 건승을 기원할게! (무엇보다도 건강!)

    ps: 자, 이제 사내 메신저도 available이니, 네이트온도 on? ㅎㅎㅎ

    환상

    2010년 8월 16일 at 오전 10:10

  7. 피드에 걸어놓고 글을 보고 있었는데, 이제 좀 더 뜸해지겠네요.
    여하튼 새로운 출발에 힘을 보태드립니다. 힘내세요..코리아 파이팅입니다..^^

    텅빈

    2010년 8월 16일 at 오전 10:42

  8. 언제든 새로운 도전은
    가슴떨림과 벅차오르는 마음을 주지요
    좋은 성과 거두시길 바랍니다.ㅎ

    jinugoon

    2010년 8월 16일 at 오후 4:57

  9. 뭔가 무지 희망찬 포스팅이네… ㅋㅋㅋ

    쿨짹

    2010년 9월 29일 at 오후 4:58

  10. […] 작년의 글을 뒤돌아본다. 그런 글을 적고는 얼마 있지 않아 다시 소속된 랩(Live Labs)이 잘나가던 것에 반해 문을 닫고 Bing으로의 인력 흡수가 일어나게 되어버렸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은 여전히 적용된다. 보통 같았다면 지금 있는 팀으로 올 수 있었을까. 하지만, 그 말 그대로 챌린지는 훨씬 더 큰 것이었다. ‘이곳에 적응’이라는 자신의 사명에 반하는 상황이고 일도 잘하고 적응도 잘하고 원하는 것도 찾고…차근차근 이뤄나가기에는 상황이 급물살을 타고 있었다. ‘적응’을 위해서는 변화가 적은 것이 좋지 않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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