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네 소프트웨어 세상 [본점]

소프트웨어와 관련이 있다면 뭐든지 – I no longer work for Microsoft.

안테나게이트의 연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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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테나게이트라는 이름 자체도 마음에 안든다. 아주 간단한 것을 아주 복잡하게 만들어놓고는 안테나게이트 같은건 없다고 이야기해서 되려 안테나게이트라는 말을 더 사용하도록 부추긴 것은 그다지 훌륭하다고 보지 않는다. 이 기자회견을 한 날 해외의 목소리들은 더 극명하게 양분됐다. 대표적으로 주식과 관련된 뉴스에서는 “애플 잘했다.” 영향력있는 블로거들은 “장난하냐.” 대충 이랬다.

난 아이폰4 사용자다. 직접적으로는 주식이 오르던 내리던 솔직히 쓰는 제품이 제대로 되는 것에 비해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난 내가 쓰는 제품이 제대로 되고, 문제가 있으면 그에 합당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생각한다(싫으면 돈돌려받든가?…라고 하면 열받는게 정상이다). 물론, 제품을 만든 회사가 단순히 제품의 단점을 이야기한다고(포럼에서 포스트를 지우는등) 나(사용자)를 우습게 보는 것에도 민감하다. 나만 그럴까? 상당수 유저들이 그런 부류가 아닐까? 애플에서 애널리스트들한테 잘했다소리 듣던 말던(말바꾸는 컨슈머리포트 이야기는 무시) 그것보다는 실제로 아이폰4를 사용하는 블로거들의 목소리가 나한테는 더 와닿을 수 밖에 없지 않나.

좋은 제품 만들어놓고는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라고 하면서 “잘못했다”의 뉘앙스가 아니라 되려 왜 이렇게 문제가 커졌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이야기하는 상반된 제스처를 동시에 늘어놓으면서 제품의 티를 되려 후벼파는 그런 모습이 눈앞에 보이는데, 배알이 꼴리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 “우리는 이렇게 쥐어도 문제없어요~”하고 데스그립으로 문제를 겪는 사용자를 무시하는 꼴을 보여준 대단한 기자회견에 비해서 Press Release도 없었다. 동영상을 올렸지만, 당연히 퀵타임을 설치해야만 보이는 동영상. 한동안 동영상 링크도 다른 동영상을 보여줬다(음모론인지 아닌지는 알아서 판단).

절대 사과하지 않는 퍼스낼리티들이 세상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 퍼스낼리티로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좋다쳐도 마케팅/광고/영업/서비스등 고객을 대하는 부서에서 그따위 마인드로 대한다면, 사용자를 뭘로보는 것일까.

이번 안테나게이트를 통해서 가져갈 인정되고 증명된 요(要)는 다음과 같다: “데스그립은 Fact다.”

다른 것은 다 허울이다.

스티브잡스가 현실왜곡의 무기로 사용한 허울에 해당하는 Fact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이외에도 많을 것이다):

  • 다른 회사들도 비슷한 현상을 겪는 그런 기종들이 있다.
  • 우리는 제품 테스트/디자인을 철저히 한다.
  • 아이폰4가 많이 팔렸다.
  • 우리는 관대하니 범퍼/케이스를 무료로 주겠다.

이는 “데스그립은 Fact다.”를 잠재우기 위해서 치는 연막이기에 허울이라고 표현했다. 이 Fact들이 거짓은 아니다. 단지, 난 내가 겪고 있는 문제기 때문에 눈앞의 Fact를 두고 사과하기 싫어서 다른 이야기로 주의를 돌리려는 수작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위의 허울들로 사용하는 (애플이 노린) 예들을 간단히 하나씩 보면:

  1. 다른 회사들것도 그런데 왜 아이폰4만 욕하니? 문제가 아니야.
  2. 테스트를 철저히하는데 (애플의 안테나 대장이 2년 테스트했대) 문제일리가 있나.
  3. 아이폰4가 저렇게 기록적으로 팔리는데, 사람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사겠어?
  4. 범퍼를 무료로 준다는데 문제가 해결된거 아냐? 넘어가자.

위의 논리는 얼핏 맞는 것 같아도 결론이 틀리다. 우선, 애플이 인정한대로 “데스그립 문제는 Fact다.” 하나하나 짤막하게 보자:

1.
아이폰4 사용자가 아이폰4가 안되는 점이 보이는게 당연하지, 쓰지도 않는 다른 폰이 안되는 것을 어쩌라고. 하지만, 좀 더 제대로 몇가지 질문들을 생각해보면… 다른회사에서 발생한다쳐도 왜 이렇게 이슈가 안됐을까? 다른회사에서 발생해도, 안테나가 줄어드는 것에 비해 통화가 끊기는 케이스가 아이폰4와 비교해서 어떨까? “다른 회사에서 디자인 오류가 있기 때문에 우리 오류도 정당하다”가 맞는 말일까? 혹 다른 회사에도 오류가 있다는 그걸 알았다면 애초에 그렇게 디자인하지 말았어야하지 않을까? 난 그 오랜기간동안 여러 핸드폰쓰면서 다른 폰에서 한번도 겪은 적이 없는데, 그렇다면 사용행태 디자인과 관련이 있지 않나? 질문은 계속된다. 한마디로 허울이다.

2.
테스트 랩이 훌륭하고 테스트를 오래했고, 스탭들도 빠방하고 돈을 트럭으로 쏟아붓고, …좋다. 근데, “데스그립은 Fact다.” 아니야?

3.
많이 팔리면 Fact가 Fact가 아닌 것으로 돌변할 리가 없다는 것은 당연한것 아닌가. 이를 감수하고 산다면 그건 사용자의 판단이고, 많이 팔린만큼 이를 감수할 요소가 많다는 것을 증명할지는 몰라도 데스그립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물론 나도 아이폰4가 좋은 제품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단점이 있는데,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적용되는데도 억지부리는 것이 싫을 뿐.

4.
범퍼를 무료로 주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거기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범퍼로 뭔가는 해결할 수 있다고 애플에서 생각하는 것이지 않나 그 “뭔가”의 실체는 각자 생각해보면 될 것 같다.

사실 시간이 조금 지난 분위기를 보면, 이미 데스그립이라는 Fact는 안테나게이트의 촛점이 아니다. 애플의 PR의 거만함으로 촛점이 갔고, 애플의 이미지는 심지어 이전에 다른 거대기업이 부정적인 이미지가 극에 달했을때의 그것과 비교되기도 하고 있다. 생각해보자. 이전에 (Fact들을 정확히 모르고도) 그 기업들을 손가락질할 때에, 그런 이유가 무엇이었는가를. “제품만 좋으면 장땡” 멘탈리티는 이미 한물 간 멘탈리티다. 뭐가 되었든, 능력있는 놈만 부익부가 되는 세상을 긍정하는.

이미 엎질러진 물을 가지고 가정하는 것은 그다지 생산적이지 않지만, 애초에 스티브잡스가 아니더라도 책임자 누구라도 사과한마디만 했어도 진작에 해결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게 싫어서 이리돌리도 저리돌리고 적을 만들고…내가 원하는거? 제품만큼 회사도 좀 쿨했으면 좋겠지만, 그건 아닌 것 같으니 고객을 니편내편이 아닌 고객으로 대해줬으면 좋겠다.


물론, 한국 출시 이후 신호가 강한 한국에서도 눈에 띌 것이냐는 또다른 별도의 이슈이다. 아닐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다. 잘 안되는 지역이 있는 반면에 잘되는 지역이 있을 수도 있다. 해피하게 아주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가 없다고 애플의 행태가 맞다는 것과는 다르겠지.

애플의 안테나게이트는 내가 애플이 좋은 부분과 애플이 싫은 부분을 제대로 구분해준 사건같다.

Written by charlz

2010년 7월 22일 , 시간: 오전 8:21

Uncategorized에 게시됨

3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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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철수의 생각…

    안테나게이트의 연막 그나저나 빨리 범퍼 주시지요?…

    charlz' me2DAY

    2010년 7월 22일 at 오전 8:31

  2. 잡스 입에서 sorry라는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이 많은가보네요..
    저는 사과 안 해도 좋으니 범퍼따위로 입 닦으려 하지 말고 데스그립에
    절연코팅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케이스 없이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분명 많을텐데 이 무슨… ;;; 9월 30일 이후로는 뭔가 다른 대책을 내 놓겠죠.

    진화류

    2010년 7월 22일 at 오후 4:23

    • 사과는 안해도 토달지말고 쿨하게 나갔으면 좋겠네요.ㅎㅎㅎ 문제가 있으면 있는거고 거기서부터 시작해야지 자꾸 딴말만해대니 원;

      charlz

      2010년 7월 23일 at 오전 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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