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네 소프트웨어 세상 [본점]

소프트웨어와 관련이 있다면 뭐든지 – I no longer work for Microsoft.

내 몸속의 긱코드를 만족시킬 뭔가를 찾아 헤메이다

with 3 comments

난 긱(Geek)이고, 그게 좋다. 그 중에서도 뼈속까지 소프트웨어 긱이다. 긱 중에서도 뭔가 새로운데에 환장한다. 나에게 있어서 새로운 소프트웨어란 내가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분야”의 소프트웨어나 기발하거나 신기한 새로운 “아이디어”의 소프트웨어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써보는 것이라면 그렇게 환장했었는데, 뭔가 이상하다. 소프트웨어가 발전해가면서 그 복잡성이 되려 소프트웨어의 오리지낼러티를 잃어버리는 경향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해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일지도…) 새로운 것을 봐도 새롭지가 못하거나 혹은 그 복잡성을 내가 쫓아가지 못해 흥미가 생기지 않거나 혹은 그냥 비슷비슷하다거나…하여튼 내 DNA에 자극을 주지 못한 소프트웨어 세상이랄까. 아니면 내가 무디어졌을지도 모르겠다.

뭔가 새로운 것이 나왔다는 소식이 어딘가에 뜨기만 하면 한번 써보지 못해 안달난 어린 시절을 기억한다(지금도 그렇지만). 8비트때는 게임보다는 코딩에만 관심이 있었지만 PC로 넘어오면서, 시에라(Sierra)의 Quest 씨리즈에 환장해서 나오면 바로 해보려고 난리였던 때도 있고, Apogee 게임 모으면서 커맨더킨같은것에 집착하던때도 있다. 많은 분들이 그때는 그랬지만, 잡지의 질안좋은 5.25인치 디스켓이 깨졌는데 실행해보고 싶어 수십페이지짜리 어셈블리 코드를 입력하던 것도 기억나고 울펜슈타인3D 만들겠다고 설치던것도 기억난다. Windows 2.0 나오고 DOS에서 돌아가는 여러가지 GUI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하나 흉내내 만들어보기도 했었다. 아직도 쓸데도 없는 AutoCAD니 Lotus123 배우고, 포토샵이니 Maya니 배우고, 어떤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가 공개되었다더라라는 뉴스가 나면 눈깜빡하기도 전에 모뎀부터 연결했다. Demo Scene에 환장해서 FutureCrew의 행적을 그루피처럼 쫓아다니고 트래커를 만들어 흉내내기도 하고, irc에서 유명해커/크래커들이랑 채팅하면서 좋아라하던 때도 있다. Pixar의 Renderman(PRMan)이  처음 돌았을때 써보고 싶어 난리였던 때도 기억하고, NeXT의 WebObjects 문서들을 보고 좋아하던 때도 기억난다.

대학생들이면 누구나 한번 해보는 학교 웍스테이션 백도어 만들어 쓰면서 좋아라하던 것도 기억나고, Netscape2를 처음 접해보고 브라우저 만들겠다고 생각하고 회사에서 만들던 생각도 나고, IBM에서 eclipse가 공개되자마자 다운받아 신나하던 때도 기억난다. 맨날 하는 이야기지만, Flash의 전신인 FutureSplash라는 녀석이 나왔다는 뉴스에 처음 접하고 사장형한테 이거 살 수 없냐고 했던 때도 기억난다. OS에 미쳐서 분석하겠다고 OS 소스 구하기에 미친 적도 있으니 Linux 첫 버젼들도 집 어딘가 디스켓에 들어있고, 아마존으로 구매한 Lions Book도 있다. 지금은 죽은 수많은 유명 아카이브들 (hornet이나 fravia등) 자료들도 집 어딘가에 쳐박혀 있을게다. 코드명이 Chicago인 Windows 95의 당시 고해상도 화면을 보고 뜯어보고 싶어 미치던 때도 있고(그래서 앤드류 슐만의 Unauthorized Windows 95라는 책이 내 평생 가장 좋아하는 책이다), 뜯어보는데(Reverse Engineering)에 미쳐서 수많은 소프트웨어들을 수많은 디스어셈블러와 디버거로 뜯어보던 기억들도 생생하다(비싼 IDA도 돈주고 샀다). 아무튼 소프트웨어를 접하고 신났던 내 세대의 상황들을 계속 나열해서 수십장 써내려갈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대할때의 임팩트가 이전같지 않다. (물론, 회사 내부에서 보는 눈뒤집어지는 아이디어들을 아직도 접하면서 즐거워하고 있긴 하지만, 이는 나눌 수 없는 것들이고 회사를 옮기면 겪을 수 없다.) 새롭다고 해도 지속성도 짧고, 일때문에 파고들 시간도 부족하다. 또 나이가 들수록 그런 작업 비중이 줄어들고 줄어든다. WM해킹도, 공개 툴체인으로 건드려보는 iPod Touch 코딩도, 이전같지 않다. 매일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넘쳐도 이전처럼 기록하지도 않는다. 게다가 요즘에는 블로깅도 거의 안하는데, 하고자 하면 신선하지가 않은 느낌이 밀려드는 것이…의무감에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싶어 적다가 때려친다. 그런 기분으로 요즘에는 블로그들도 거의 잘 안본다.

정말 내 Geek-Knob에 문제가 생긴 것일까. 닳고 달은 것일까. 아니면 매너리즘?

요즘에는 그래서 뭔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보면 어떠할까 생각해봤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내가 컴퓨터를 전공한 것을 후회할때가 있다. 다른 뭔가 전문성을 가지고 컴퓨터를 적용해서 컴퓨터를 잘하는 것이 훨씬 더 Geeky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다. 그래서 다른 분야를 둘러보는 이상한 작업을 한다. 마치 대학교때 과를 결정하기 위해서 고민하듯이 말이다. 대학교 입시를 공부하던때보다 세상은 정말 엄청나게 복잡해졌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건 어떨까? 이건 무슨 분야지, 무슨 학문이지?” 한다. Criminology에 관해서도 찾아보고, Anthropology에 관해서도 찾아본다. 하룬야야와 리처드도킨스 싸우는 것도 찾아보고, 혹은 세상에 어떤 언어들이 있나 찾아보기도 한다. 수학 올림피아드 문제도 한두개 풀어보고, 경계(?)하던 PC게임도 조금 한다. 여러가지를 하다보면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생각이 들고 기억들이 생각난다. 예를 들어, 내가 대학교 1지망이 화학공학과였는데, 교수님과의 인터뷰에서 왜 화공과를 지망했는냐는 질문에 “영화 특수 효과를 하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한 것도 생각나고, 대학교 들어가자마자 1학년때 결혼해서 살꺼라는 다짐도 생각나고, 대학 들어가면 얼만지도 모르고 찝차(맥가이버가 타던)를 부모님께 사달라고 했던 기억도 생각난다.

아무튼 이런 기억들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 내 긱코드를 다시 뾰족하게 연마하는데에 도움이 될런지는 잘 모르겠다. 사는게 재미없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 것에 싫증난 것도 아니고, 하루하루가 지겨운 것도 아닌데, 이상한데서 블럭이 생겨버린 것 같아서 영 찜찜했다. 연초라 올 한해를 준비하는 기분으로 그런가 하지만, 그 와중에 이렇게 포스팅 하나 또 하게 되었으니 뭔가 있는 것은 아닐까.

Written by charlz

2009년 1월 12일 , 시간: 오전 2:19

Uncategorized에 게시됨

3개의 답글

Subscribe to comments with RSS.

  1. 열정은 또 금방 차오르더라구요…
    시간이 해결해 줄 것 같습니다.

    아크몬드

    2009년 1월 13일 at 오후 12:47

  2. 혼자 하지 말고 같지 하면 잘 될거야~

    주네

    2009년 1월 21일 at 오후 6:49

  3. ㅋㅋ “점점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해서” 왠지 공감가네요. 아직도 원숭이 섬의 비밀을 좋아하는 1ㅅ

    jazzbach

    2009년 3월 13일 at 오후 12:42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