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네 소프트웨어 세상 [본점]

소프트웨어와 관련이 있다면 뭐든지 – I no longer work for Microsoft.

맑은 고딕과 여러가지 귀동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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쿱미디어 – 인터넷 지켜보기 – 맑은 고딕과 UX의 상관관계

맑은 고딕이 좋은 평가를 받고있는 점은 출시때의 분위기로도 대충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Windows에서 사용하던 4개의 기본 폰트가 여러모로 부족한 점들이 많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일환으로 해당 팀에서 다양한 삽질(?)을 통해서 나온 글꼴이 맑은 고딕입니다(이제는 XP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다운로드가 제공되고 있죠). 문제는 잘못된 생각으로 인한 오해와 관련없는 여러가지 비방의 대상이 다시 되고 있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도 서당개 풍월 읊듯이 제가 아는 한도에서 몇자 적어봅니다.

일단 폰트 제작은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합니다. kldp의 토론 내용 중에 대충 추산하여 억을 말씀하신 내용이 있었는데, 이는 아마도 최소치일 것입니다. 비스타에 새로 들어간 폰트들 중 동아시아 4개국(우리나라, 중국, 대만, 일본)만해도 벌써 폰트가 8개입니다(Bold까지). 게다가 영어를 위해서 Segoe등 폰트가 추가되었죠. 라틴 계열은 비용이 적게 듭니다. 조합을 하는 형태도 아니고 알파벳도 26개밖에 없죠. (아래에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이 수많은 폰트들을 만들기 위해서 들어간 비용만 생각해봐도 벌써 꽤 되겠죠?

이 폰트 제작이 어떤 분들은 쉬운 것처럼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건 그냥 노가다다…라든가, 괜히 조합형이 아닌 완성형으로 만들어서 비용/시간이 더 많이 든다…라든가 등등의 오해가 있습니다(위 포스트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몇몇 글에서 본 이야기). 폰트를 만드는 것은 노가다가 맞습니다. 그런데 제대로된 폰트를 만드는 것은 노가다에 전문성이 더해집니다. 전세계적으로 전문가도 수백명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됩니다(96년 인터뷰에서 75~100명 쯤이라고 이야기된 적이 있습니다).

어떤 내용이 전문성을 더하는지 약간 맛보기 위해서 굴림과 맑은 고딕을 비교해보도록 하죠. 우선 굴림 폰트를 들여다보게 되면(대표적인 이야기만 포함하고 다른 잡다한 이야기는 생략합니다),

  1. 모든 글자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조합(composing)을 통해서 만들어져 있습니다. 글자의 위치에 맞는 폰트 글립을 만들고(예를 들면 ㄱ ㅗㅁ), 이 만들어진 글립을 조합(compose)하여 “곰”을 표현합니다. “고”나 “공”은 조합하지 않고 만든 폰트구요.
  2. 굴림폰트에는 한자 폰트들도 포함되어있습니다.
  3. 굴림 폰트 파일의 정보를 토대로 (상대적으로) 작은 폰트를 표현할 경우 연필로 그린 것이 아니라 네모난 픽셀로 찍은 점들이기 때문에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구리구리해집니다. 이렇게 작아지면, “이 경우에는 이렇게 해라”라는 힌팅(Hinting) 정보가 각 글자들에 포함되게 되는데 굴림 폰트는 이 정보가 부족하여 작은 폰트에서 보기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줍니다. 이를 만든 시절의 상황으로는 어쩔 수 없는 결과였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특정 사이즈들에 해당하는 비트맵 폰트가 각 폰트에 임베딩되었습니다. 물론 비트맵 폰트들도 모두 사람이 생성해준 것이겠죠.
  4. 물론 ClearType의 Subpixel rendering에 최적화되지 않았습니다. ClearType이 나오기 한참 전에 나왔으니까요^^

맑은 고딕은,

  1. 조합하지 않고 전부 글립을 그렸습니다. 각각을 힌팅해야하기 때문에 조합하는 것과는 질적 차이가 있습니다.
  2. 한자 폰트가 아직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3. 비트맵 폰트가 필요 없을 정도로 힌팅 정보를 추가하였습니다. 힌팅 정보를 추가했다고 한마디로 적었지만, 각 글자의 크기에 따라 제대로 보일 수 있도록 정보를 넣는 일은 큰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4. ClearType용 폰트입니다.

맑은 고딕은 Serif도 아니라(Sans-serif) 더 단순하고, 한자도 없지만, 한 글자에 들어간 정보가 더 많습니다. 여기서 맑은 고딕이 아니라 다른 Serif 폰트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더 복잡해질지 상상이 가실 것입니다. 또한 볼드/이탤릭등의 폰트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처리해주는 것 또한 한계가 있고, 맑은 고딕의 경우에 볼드 폰트를 별도로 제공합니다.

위에서 비싸다는 것을 언급했는데, 비싼 이유는 그 복잡성과 양에 기인을 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알파벳등의 모양, 예컨데 ‘Z’와 한글에서 자주 사용하는 ‘웹’과의 폰트 모양의 복잡성은 한눈에 보입니다. 단순한 비교로, segoe.ttf(영문 Segoe UI)는 86K짜리 파일이고, malgun.ttf(한글 맑은고딕)는 4M짜리 파일입니다. 여기에 위에서 이야기한 스케일링을 위한 힌팅을 생각한다면 그 작업은 꽤나 큰 작업일 것입니다. (여기에 투자하지 않는다는 비난은 어느정도 이해가 있다면 하기가 힘들 것입니다.)

또한가지, 위의 비교 중에서 3번을 주목해보겠습니다. 굴림 폰트에서는 약점을 비트맵으로 보완했다는 사실이고, 비트맵을 제공하지 않는 크기의 메트릭에서는 보기 좋지 않게 화면에 출력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 약점은 근래에 들어와 몇가지 기술적인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첫째로 비트맵 폰트를 Subpixel Rendering할 수 없다는 것과 비트맵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 Subpixel Rendering의 결과가 (웹 폰트로써) 비트맵보다 좋지 않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비트맵이 임베딩 된 폰트로는 폰트 Scaling시 구리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조금 더 복잡해지는데,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기술들인 WPF(Windows Presentation Foundation)과 Silverlight등은 기본적으로 모든 것이 스케일링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두고 만들어졌습니다. 폰트도 마찬가지구요. 이 가정하에서 기존의 비트맵을 포함하고 힌팅 정보가 부족한 폰트는 기술적으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기가 힘들었죠. 대신 반대로 비트맵 폰트가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힌팅이 잘된 폰트와는 궁합이 맞겠죠. 여기서 맑은 고딕이 더 나은 결과를 준다는 것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이런 기술과의 조화를 위해서도 더 많은 정보가 폰트에 들어가는 방향입니다. 폰트를 기존 기술을 하위 호환성을 위해서 고려해야하는 웹브라우저만 생각하기는 힘들고 Windows 구석구석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생각해야하겠습니다.

웹브라우저는 새로운 그래픽 엔진이 아닌 기존의 기술들을 사용합니다. 따라서, 이 새로운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대신, 언급된대로 웹 디자이너분들은 이 특정 크기의 폰트를 고집해야하고, 선택의 여지가 굉장히 줄어들게 됩니다. 웹디자인을 위한 한글 폰트의 한계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만(라이센싱 이슈들도 골때리고, 기술 종속적인 내용들등등도 있죠) 여기까지만 적어봅니다. 아무튼 이런 내용들 이외에도 수십가지 다른 이유들을 고려해야하는 것이 (한글) 폰트 디자이너이고 여기에 투자하는 입장입니다. HTML/CSS라면 특히나 우리나라로서는 폰트를 사용한 다양성을 라틴계열에 비교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투자는 되고 있는 것 같으니 밝은 미래를 기대해보며, 또한 미래는 HTML/CSS라는 보장이 없는 만큼^^ 폰트가 지금의 한계를 타파할 수 있는 기술을 사용한 미래를 또한 기대해봅니다.

(혹여 틀린 내용이 있다면,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Written by charlz

2008년 8월 27일 , 시간: 오전 1:46

Uncategorized에 게시됨

5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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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랬군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에린

    2008년 8월 27일 at 오전 9:33

  2. 홍민희의 생각…

    맑은 고딕과 여러가지 귀동냥들…

    dahlia's me2DAY

    2008년 8월 27일 at 오전 9:40

  3.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만 자가 넘는 음절을 모두 디자인해야 하는 완성형보다는 몇 십 개의 자모음만 그리면 되는 조합형 글꼴이 비용 시간 면에서 훨씬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죠. 완성형이 더 미려하다는 장점은 있습니다만 개인이 만들기는 비용 면에서 부담스럽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조합형 글꼴도 지원하고, 개인들에게 조합형 글꼴제작기를 제공한다면 좀더 다양한 공개글꼴들이 만들어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완성형과 조합형을 선택하면서 사용할 수 있다면 각각의 장점을 살린 다양한 한글글꼴이 더 많이 나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맑은 고딕 글꼴은 예쁜데요, 고딕체를 돋움체로 바꾸었으니 ‘맑은돋움’이라고 이름을 붙였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김중태

    2008년 8월 27일 at 오후 12:44

  4. 잘 읽고 갑니다…

    ^^

    아크몬드

    2008년 9월 2일 at 오전 11:36

  5. wafe의 생각…

    글꼴을 만들기 위해서는 높은 전문성과 오랜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예전부터 공개된 한글 글꼴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올 때면, 그 정도의 투자를 할 수 있는 곳은 정부 뿐이라는 말이 나…

    wafe's me2DAY

    2008년 10월 10일 at 오후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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