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네 소프트웨어 세상 [본점]

소프트웨어와 관련이 있다면 뭐든지 – I no longer work for Microsoft.

TV의 Disruption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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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아날로그 세대의 많은 것들이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빠른 변화는 단순한 기술변화가 아니라 가치(Value)의 이동을 가져왔다. 그런 이유로 Disruption/Disruptive라는 말은 자주 사용되는 단어가 되었다 – “시장파괴”, “파괴적인”, “붕괴적인”이라고 해석하면 이상하지만 딱히 한글 한단어로 나타낼만한게 없다. 말그대로 시장의 강자들이 당연히 싫어하면서도 안테나를 곤두세우고 대비해야되는 말이기도 하겠다. 쉬운 예로, 종이 출판의 디지털화라든가, 음악 시장의 디지털화를 떠올리면 얼마나 빠른 기간에 오랜 기간동안 숙성된 아날로그 모델들이 백기를 들고 있는지를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존의 기득권층이 얼마나 버티고(Resist) 다양한 꼼수들을 써서 피할 수 없는 변화를 늦추려고 하는지도 대충은 감이 올 것이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이 문맥의 Disruption은 Disruptive Innovation을 짧게 부르는 말이다. 클래이튼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의 저서 [Innovator's Dilemma]의 후속 [Innovator's Solution]에서 거의 10년 전에 소개한 용어이다(2003년판 [Innovator's Dilemma]에서도 용어를 “Disruptive Technologies”에서 “Disruptive Innovation”으로 바꿨다). 즉, Disruption이라고 하면 사실은 “혁신(Innovation)”을 의미한다. 혁신의 결과가 기존의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는 반대로 시장을 재편하는 분류다. (참고로, 효율적 혁신Efficiency Innovation도 있다)

이런 붕괴는 두가지 눈여겨볼 방향성을 동반한다. 첫째로 기득권의 이익을 줄인다. 그런 결과를 가져오는 관계로 기득권들은 필사적으로 시장붕괴(Disruption)를 방해한다. 특히나 벌어들이는 돈이 어마어마한 영역들은 하루라도 더 버텨도 벌어들이는 돈이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공공연한 음모론으로는 MPAA의 방해가 대표적일 것이다. 둘째로 결국에는 사용자(고객)가 움직인 것이다.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대다수 사용자들의 특성 또한 버티는 성향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왜 이부분이 중요한지를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소장한 CD들의 가치가 떨어질 상황이라면, 그 가치를 지키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을까. 가솔린 엔진의 효율이 아무리 좋아봐야 30%인데도 전기 자동차의 실용성이 더딘 이유도 (기업들의 방해이외에) 사용자들이 받아들이지 않는 부분도 있을것이다. 엔진소리가 “부웅”이냐 “위잉”이냐의 차이가 얼마나 중요할까마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하다. 사람이 움직이는 이유가 꼭 논리적일 필요는 없다.

주머니속에 컴퓨터를 넣는 혁신을 이루려는 노력의 한 제품중 하나인 아이폰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소위 전문가들의 상당수가 피식 웃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전부터 해오던 똑같은 장사(Windows Mobile)를 다시 해보겠다는 것이었으니, 더더욱 회의적이었을 것이다. (베꼈다 안베꼈다 논쟁은 무의미하고, Disruption은 기술이 아니라 비즈니스모델에서 온것이라는 점을 생각하자.) 하지만 아이폰은 엉뚱한 곳에서 사람들을 움직였다. 존그루버의 말처럼 아이패드라는 이름으로 나왔다면 실패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폰은 폰이 아니지만, 폰이라는 이름으로 침투했다. 쿨한 휴대폰. 반대로 윈폰을 보자. 애초에는 Windows CE라는 이름이었다. 당시로는 전화에 Windows를 돌리는 것만큼 일반사용자에게 따분한 일이 있을까. 그다음 이름도 포켓피씨, 윈도우모바일이다. 이름 자체에서 컴퓨터를 전화에 넣겠다는 기세다. “컴퓨터가 휴대폰에 들어가면 편해질 것이다”와 “쿨한 휴대폰” 둘 중 어느게 더 어필할까. 팜도 Geeky한 냄새를 없애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고, 블랙베리 또한 쿨한 비즈니스맨의 이미지(실제로도 그런 기능에 치중)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 아이폰은 전화를 하나의 기능으로 융합하고 있다.

이미 전문가들이 잘근잘근 씹어댄 아이폰의 성공을 분석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간단한 관점의 변화가 사용자를 움직여서 얼마나 큰 Disruption을 가져왔는지를 언급하기 위한 예를 든 것이다. 물론 asymco의 말대로 대단한 실행력(execution)이 밑바탕이었지만, 사용자를 움직이지 못했다면 다 소용 없었을 것이다.

TV도 다를 것이 없다.

단순히 컴퓨터로 TV를 볼 수 있게 된지는 오래되었다. 이미 TV 컨텐트는 대부분의 디바이스에서 소비할 수 있다. TV를 컴퓨터 화면으로 사용하는 것도 언제든 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준비가 되어있다. 하지만, 그를 중심으로 아직 사람들이 움직일만한 구실이 없었고, 메이저 비즈니스 – Disruption – 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IPTV같은 것이 대세이긴 하지만, TV에 컴퓨터를 붙이는 것으로는, 혹은 컴퓨터로 TV컨텐트를 소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미디어의 저작권이 미국처럼 강하지 못하고(불법 다운로드등) 시장이 작은 우리나라에서는 부가 판권 시장이 붕괴되는 역효과만 나타난다. 붕괴”Disruptive”라는 단어에 Innovation이라고 붙이기 힘들다.

지난번 바보야, TV 플랫폼이 아니고 TV 플랫폼이야. 글을 쓰고 나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TV가 융합된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다. TV의 Disruption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어디를 들여다봐야하는 것일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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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charlz

2012년 7월 7일 at 오후 3:24

Uncategorized에 게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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