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네 소프트웨어 세상 [본점]

소프트웨어와 관련이 있다면 뭐든지 – I no longer work for Microsoft.

Archive for 5월 2009

레벨업했다고 생각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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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그렇다. 3년차 쯤 되면, 혹은 5~6년차 쯤 되면, 혹은 10년차 쯤 되면, 20년차 쯤 되면…유명세를 좀 타면, 인정 조금 받기 시작하면…하여튼 이럴 때 쯤이면 자신이 뭔가 조금 더 좋은 입지를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레벨업이 몸으로 느껴지는 것 같고, 뭔가 다른 사람들의 대접도 이전보다 조금 더 달라진 것 같다. 지금까지 노력해온 것들이 조금씩 빛을 발휘하기도 하고, 나보다 쥬니어인 사람들한테 뭔가를 전수해주고 조언해줄 꺼리들이 생긴다. 노하우도 있는 것 같고, 누가 뭔가 물어보면 신기하게도 척척 대답이 술술 나온다. RPG게임 같은 것에 비유하면 경험치가 쌓이고 렙업(레벨업)을 하게 되는 상황이리라.

게임에서야 렙업에 대한 구분이 숫자로 확연하지만, 사람이란 그렇게 어느 순간 띠리링하고 업그레이드 되는 일은 흔치 않(거나 없)다. 그래서 현실에서 렙업을 하면서 가장 버려야할 익숙해져 있는 습관이 렙업(렙업 기간) 전후의 자세에 대한 것들이다. 렙업 전에는 같은 렙들 사이에서 시니어겠지만, 렙업을 하면 자신과 비슷한 레벨의 캐릭과 경쟁을 해야지, 낮은 레벨을 킬하면서 희열을 느끼는 것은 찌질한 그리고 도움이 별로 안되는 것일터인데, 자신의 렙업으로 인한 변화를 (익숙해져 있는 습관에 묻혀)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같은 레벨들 사이에서는 이제 갓 렙업을 한 초짜라는 말이다. 레벨이 이정도 되었는데 다시 초짜라니…익숙하지 않을 것이겠지만, 그 레벨이 만렙이라면 모를까 다음 레벨로 더 빠르고 쉽게 가기 위해서는 자신이 다시 초짜가 되었음을 인지해야하는 것이 자신에게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된다.

게다가, 현실에서는 상대방의 레벨은 커녕 경험치를 볼 수도 없기 때문에, 자신의 레벨을 기준으로 상대방을 가늠하게 된다. 렙업 직전의 습관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이런 것을 가늠하는 판단력은 꽤나 흐려져있을 가능성이 크다. 대부분 내가 어떤 어드밴티지를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의 인간은 우습게도 그 어드밴티지가 전체 그림에서 얼마나 작은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고 어드밴티지에 집착한다. 혹은 모르는 상대라면, “모른다고” 가정해야지 모른다고 “경험치가 낮을 것이라고” 은연중에 가정한다. 망신당하는 케이스도 많이 본다.

항상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따분한 이야기가 아니라, 진실이 렙업때마다 초짜라는 것이다. 큰물에 가고 싶은 것이 아니고 그냥 거기서 편하게 낮은 렙들과 같이 살고자 한다면 그거야 할 수 없는 일일테다. 또, 인간의 속성이 그런 면이 없지 않다(혹은 많을지도). 그 정도는 자신이 판단할 일이겠다. 인생에 만렙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경험치는 쌓이지만 더이상 렙업이 없는 상태. 그런 경지는 되어봐야 알겠지. 하지만, 그런 바라보며 향할 곳이 있다면 다음 렙업을 위해서 렙업을 했다고 생각되더라도 자신이 어디에 위치한 것인가 정도는 점검하며 사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Written by charlz

2009년 5월 21일 at 오후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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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fer Offer 억쎕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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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에게 또하나의 중요한 날이다. 미국 전근 오퍼(Transfer Offer)를 받아들이기로 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달여에 걸친 수많은 고민 끝에 정리하는 그런 결정이기에 마음이 가뿐하다. 전근 오퍼는 받았지만, 선뜻 여러가지 이유로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혹자는, 미국으로 쉽게 전근 갈 기회인데 왜 그걸 고민하느냐는 이야기도 많았다. 하지만, 첫째로 기회는 나중에 만들 수도 있고, 둘째로 – 당연하지만 – 미국에 가는 것이 무조건 좋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무엇이 되었건 결정적으로 타이밍이 맞아야하고, 그렇지 못하면 좋아도 빛좋은 개살구이고 무리해서 후회하기 쉽상인 것이다. 문제는 후회를 하게 되더라도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결정이냐는 것인데, 여기서 확신이 들지 않았었다.

더 넓은 곳에서 더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서라고는 해도 이곳에서의 안정된 생활을 뒤로한 채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곳에 혼자 덩그러니 놓여지게 되는 상황은 아무래도 불편하긴 할 것이다. 업계 14년간 우리나라에서 이뤄 놓은 것들을 그대로 가지고 가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버리고 가는 것일게도. 일은 그렇다 치더라도 다양한 문화가 모여있는 그런 근무 환경에서는 지금은 적당해보일 수 있는 내 행동이 정당화되기도 힘들 것이다. 먹고 자고 마시고 싸고 놀고 아프고 하는 모든 것들을 새로 적응(adjust)해야하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사실 그렇게 큰 변수는 아니었다. 난 언제나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고,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말하자면, 쌔삥홀릭이거든. 그보다 현재 개인적으로 처한 상황이 가장 큰 문제였다. 가족들과 이곳에 덩굴처럼 얼기설기 엮어져 있는 복잡한 상황말이다. 이런 것들을 뒤로 한채 떠나는 일에 대한 가치를 생각해보면 선뜻 결정은 쉽지가 않았던 것이었다. 계획으로도 내년 이후에 생각해보겠다는 상황이었고 (마음의)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고.

이런 것들을 뒤로 하게 되는 것과 여러가지를 재기 시작한다. 나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가 열려 있을까. 얼마나 많은 세월을 희생해야 어느정도 궤도에 오르게 될까. 적응하지 못하고 온대도 그만한 값어치가 있을까. 무엇을 바라보고 가게 되는 것일까. 저런 질문에 답이 있기는 한 것일까. 툭하면 하는 이야기, 우리 세대는 백살까지 살 확률이 높고 그렇게 보면 아직 먼 인생, 몇년의 도전 정도는 해볼만 한 것이지 않을까.

답은 없다. 실행하거나 실행하지 않거나 실행하지 못하거나다. 실행해서 증명하거나 그냥 영원히 모를 일로 남기는 것이다. 뻔한 이야기라고 해도, 해보지 않고 후회하느니 해보고 후회해봐도 되는 일이지 않겠느냐는 조언은 참 좋은 것이었다. 내가 살면서 추억은 해도, 후회를 한 적이 있던가. 아직은 그냥 앞만보고 가도 되는 나이이긴 하다.

이제 결정은 내렸다. 잡생각은 쓸모 없을 뿐이고, 결정에 대해 책임을 지는 일만 남았다. 오늘은 중요한 날이고, 지난 한달의 쓸데 없이 머리빠지는 고민을 잊는 날이다. 잘돼서 말뚝박거나 금의환향할 날만을 바라본다.

Written by charlz

2009년 5월 7일 at 오후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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